시상식에서 상도 많이 받았고, 전석 연속 매진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또 특별공연을 보니까 흥미가 갔다.
그리고 오롯이 여배우들이 극을 이끌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흥미가 갔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서울에 갈 수가 없으니 뭐... 나랑 연이 아닌가 보다 하며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영화관에서 한다고?!
코로나 때문에 직관을 못하는 대신에 코로나 덕분에 공연 실황 영상을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감사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일단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한 달에 최소 두 작품 이상은 공연실황으로 영화관이나 온라인으로 올라오니 솔직히 방학 때 몰아서 보는 것보다 더 많이 보는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ㅋ
직관만큼의 느낌은 절대 느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지방러들은 이렇게라도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아, 그리고 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대구에 사는 거 감사한 적 없었는데 최근에는 대구에 사는 걸 감사하게 되었다.
(왜냐면 지방에 사니까 서울에 사는 것보다는 제한되는 게 많다고 생각했었음)
구미나 포항 등등 다른 지방에서 대구로 공연 실황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다른 지방은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아서 보지 못하는 상황도 있고... CGV가 없는 곳도 많이 있더라고... 메가박스만 있다던가 뭐.. 등등
생각해 보면 대구는 지방공연을 돌 때 꼭 포함되는 곳이기도 했고, 극장도 많아서 웬만한 공연 실황은 다 개봉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서울에 사는 것보다야 좋겠냐만은 다른 지방보다는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는 것을 요즘 새삼스레 느낀다.
근데 요즘은 대구보다 부산으로 더 많이 가는 거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ㅋㅋㅋ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안 올라온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코로나라서 엄청 조심하나 보다... ㅎ
일시: 2021년 4월 29일 오후 3시 40분
장소: 대구 현대 CGV
좌석: I7
가격: 20,000원
배우
베르나르다 알바: 정영주
마리아 호세파: 황석정
폰시아: 한지연
앙구스티아스: 김려원
막달레나: 황한나
아멜리아 : 김환희
마르띠리오: 김국희
아델라: 오소연
하녀/빼빼: 이진경
어린 하녀: 이상아
공연에 대해 전혀 모르고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후기를 좀 찾아보았다. 근데 웬걸... 후기가 생각보다 안 좋았다.
예를 들어, 여배우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공연이라 페미니즘적인 공연(?) 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또는 결말이 별로다. 불호다. 등등 후기를 엄청 읽어 봤는데 10중에 8은 별로라고 해서 예매를 취소해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아니면 언제보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 진짜 1도 안 하고 실망할 생각까지 하고 공연을 봤다.
오후 3시 40분 공연... 점심을 먹고 바로 보러 간 거라 심지어 머리 대면 바로 잠이 쏟아질 것 같은 몸상태여서
하.. 어두운 곳에서 과연 내 눈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하며 보기 시작했다.
뭐 안 졸았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다행히 금방 정신이 들어서 거의 맨정신으로 다 봤다. ㅋㅋㅋㅋ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난 '호'였다. 기대를 너무 안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생각은 '생각보다 괜찮은데? 왜 그렇게 다 별로라고 한 거지?'였다.
난 공연을 보고 극장을 나오면 기분 좋은, 유쾌한 극을 좋아하기는 한다.
그래서 이런 심오한(?) 공연은 내 취향이 아니긴 하다. 그런데도 난 괜찮았다.
일단 가장 먼저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아서, 그리고 넘버도 괜찮아서, 괜찮다고 생각한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연기를 잘해 주셨다. 진짜 연기를 잘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특히, 와... 김국희 배우님... 처음 봤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연기 장난 아니야... 진짜 멋있어... 진짜 마르티리오 그 자체 같았음.그리고 목소리가 한몫하는 듯... 목소리가 너무 멋있어요...!
아니, 오소연 배우님... 넥스트 투 노멀 때 그 배우가 아니다. 물론 그런 소녀 같은 느낌도 남아 있기는 한데 마지막에 와... 진짜 나 그때 같이 숨 멈췄잖아...! 공연장에서 봤으면 그 표정이 자세히 안 보여서 그 느낌이 안 났을 거 같은데 공연 실황 영상은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으니까 그 감정이 더 잘 전달되어서... 와... 마지막에는 숨을 못 쉬었음...
김려원 배우님 얼굴이 너무 익숙해서 어디서 봤지 겁나 생각했는데, 호프 공연 실황에서 봤었다. 그때도 연기 참 잘한다. 그리고 참하게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보니까 반가웠다. 뭔가 김려원 배우님은 얼굴 자체가 슬픔? 이 있어서 아련하고 슬픈 역할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김환희 배우님 목소리 정말 예쁨... 대형 뮤지컬에 중요한 역할로 많이 캐스팅되는 거 봤는데 내가 직접 본 거는 처음이었다. 황석정 배우님은 이름이 위에 있길래 비중이 큰 줄 알았는데 나오는 장면은 몇 없었다. 근데 그 장면들이 중요한 장면들이겠지? 솔직히 난 마리아 호세파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가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공연 끝나고 배우들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와서 각자 역할을 해석한 것을 설명해 주는데 그제야 이해가 갔다. 빼빼 연기하신 이진경 배우님 멋있어요 ㅋㅋㅋㅋ 그리고 어린 하녀 이상아 배우님 귀여웠다.
아니 근데, 빼빼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자매들이 서로 난리인 거야...ㅋㅋㅋ 얼굴 좀 보고 싶다. 왓챠에 '더 리틀 아워즈'라고 수녀원에 잘생긴 남자가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에 나온 남자 주인공처럼 생겼다면 뭐 이해될 거 같기도 하고..ㅋㅋㅋ 뭔가 이 영화랑 결이 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 ㅋㅋㅋ
아, 마지막으로 정영주 배우님... 우리 엄마가 저런 사람이면 난 가출했다...ㅎ 으... 싫어요...근데 마지막에 입에 쉿만 안 했으면 멋있었을 것 같다. 그냥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했다. 쉿 하면서 끝나는 순간 그동안 쌓인 감정이 다 이상하게 풀리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장난치는 느낌이 들었다.
난 이 작품이 충분히 페미니즘적인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여성들의 해방이나 남자들로부터의 자유가 직설적으로 나와야만 페미니즘인가? 우선 소설이 원작이라 원작의 내용을 따라야 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난 당시 여성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그때보다 우리가 얼마나 나아졌는가를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가 끝나고 김국희 배우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당시 상황 안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려고 하는 그들의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각자 느끼는 게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같은 작품을 보고도 여러 가지 감정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나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다른 배우들로 한번 더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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